
사과가 저희를 만들어 줍니다
차가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바람이 찾아 올때면 사과나무에
만지기도 조심스러울만큼 어예쁜 사과꽃이 핍니다 그 꽃에 여러 날곤충들이 찾아와 꽃가루를 내려놓음으로 사과꽃이 수정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작은 열매가되고 시간이 지나 무더운 여름이 오면 낮의 뜨거운 햇볕을 견디고 밤의 차가운 이슬을 맞으며 작던 열매는 큰사과가 되어 많은 생명들에 목마름을 채워줍니다. 하나의 사과를 얻기위해 수십번의 눈이가고 손이가다보면 무럭무럭 건강히 성장하는 모습에 되려 고마움과 완숙함을 배우게 됩니다.


인생 후반기 장수사랑 멋진인생
푸른하늘.. 맑은공기.. 그리고 붉게 물든 단풍들.. 어느새 싱그러운 늦가을 정취에 흠뻑 빠져본다
올봄, 장수의 명산 팔공산 뒷자락의 해발700M 고원지대에 자리를 잡았다
30여년의 기나긴 직장생활을 정리해가며 2년여 준비 끝에 대성고원에 사과농장을 개원 하였고, 과수원 한켠엔 조그만
조립식 농막을 들여놓고 올 한해 경기도 용인집을 오가며 두집 살림을 시작했다.
귀농 첫해인 올 한해는 준비하는동안 많은 우여곡절과 고생이 있었지만 돌아보면 참으로 행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신록이 움트는 봄날, 사과꽃이 피고 만개한 과수원의 정취에 빠져들어 적화가 끝나나 싶더니 어느새 대추만한 과일이
달리고 하루하루 커가는 열매의 모습에 신기해하며, 금새 찾아온 뜨거운 여름을 맞이하고 장마와 폭염이 지나가기
무섭게 붉게 물든 과일 수확, 그리고 오색 단풍의 가을.. 올 한해도 이렇게 깊어만 간다..
사실 젊은 시절부터 꿈꾸어 왔던 시골생활, 드디어 그 시간속에 속해 있음에도 가끔 문득 꿈인 거 같고 금방 내손 위에서
사라져 버릴것 같은 느낌이 드는걸 보니 어지간히 이 시골생활이 그리웠나보다
나의 귀농은 지난시절 막연한 동경 속에서 우연한 기회로 찾아왔다 직장근처 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귀농학교를 알게
되었고, 수도권이라선지 아침 일찍부터 선착순 접수에 간신히 귀농교육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게 나의 꿈을 맞이 한 시
작점인가 보다 2년에 걸쳐 바탕부터 차곡차곡 준비하는 나를 보고, 시골살이를 반대하던 아내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주었고 취업 준비중이던 두 아이들도 작년에 나란히 취업에 성공해 맘 한켠에 남아있던 나의 부담을 덜어
어깨를 가볍게 해 주었다 귀농지는 전국의 사과 재배지를 대상으로 물색 하던중 명품사과로 유명하고 산수가 수려한
장수를 정착지로 선택했고 특히 장수에서도 고원지대라 고랭지 사과에 적격인 대성리 팔공산 아래 첫번째땅, 아직
어린 2~3년차 사과과수원을 계약하고 농원의 이름은 아내와 미리 상의하여 지어둔 "장수엔젤농원"이라 이름 지었다
이곳 에서의 나의 농장 생활은 아침 온갖 이름 모를 새소리와 농막 옆으로 흐르는 조그마한 계곡물 소리에 잠을 깨고,
과수원 산책길 너머 팔공산 중턱의 발아래 펼쳐지는 고원의 아늑한 풍경과 맑은 공기를 온몸에 흠뻑 받으며 멀리
지리산 자락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해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주렁 주렁 달린 사과밭 사이, 바쁜 일손에도 휴대폰에 녹음된 세시봉 식구들의 7080 노래 소리에 맞추어 흥얼거리며
오늘도 하루의일과가 정겹게 지나간다 가끔 맞이하는 지인들의 방문이라도 있는 날이면 농막옆 빨간 사과나무 앞에선
꺼먹돼지 숫불구이에 막걸리한잔, 휘영창 달이 뜰때까지 추억이 새록새록 새겨진다.
100세 시대의 남은 인생 하반기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고 나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던 그런 인생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의 멋을 알고 땀 흘린 대가를 아는 진정한 자유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단풍이 절정인 지난 주 농장 뒤편으로 나있는 팔공산 등상로를 따라 아내와 함께 산에 올랐다
팔공산 정상에서 보는 화려한 단풍과 어우러진 장수읍내 장계면 산서면의 아늑한 모습과 남쪽 멀리 지리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측으로는 노고단 반야봉을 시작으로 뱀사골 계곡끝 화개재와 토끼봉, 벽소령, 세석, 장터목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제석봉 좌측으로는 우뚝선 천왕봉까지 백두대간의 주능선들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꼭 한번쯤 찿았던 제일명산 지리산을,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오를 수 있다는 게 생각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이젠 가을이 깊어만 간다 풍성한 수확도, 아름다운 추억도 자꾸만 뒤로하고 귀농 첫해 처음만나는 겨울이 가까워 온다
산 중턱의 혹독한 추위가 기다리고 있지만 백설같이 하얗게 덮어버리는 이 아름다운 산야의 겨울풍경이 되려 기다려짐에
돌아온다 무심한 세월은 항상 우리 가까이 있기에 결코 느낄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가듯, 나의 기억속 유년시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이룬 신혼생활, 아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산 인생도 이제 반 이상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지금까지의 삶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항상 무언가 부족했지만 앞으로의 내 인생은 좀 더 나에게 충실하고,
사람과 더불어 살며 봉사하는 삶이 되기를 기약 해본다
장수에서의 귀농은 이런 나의 제2의 인생의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4년 11월 장수 팔공산 아래 나의 쉼터에서-
사람과 더불어 사는 세상




















